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이런 두루뭉술하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을 하는 책이 아니라 좋았다. 지극히 이과적이고 실제 근거를 통해 행복에 대해 파헤치고 있다.
1. 행복은 생각인가
행복은 어떠한 가치나 생각이 아닌, 감정의 경험. 분명한 "경험"이다.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무의식적인, 본능적인 행동으로 움직인다.
우리가 어떠한 것에 대한 느낌이나 평가를 할 때는 의식적인 이유와 명분을 찾게 되고, 그게 꽤나 이성적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진짜 이유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의식이 아닌, 우리의 본능에 기반한 진짜 이유가 있다.
2. 인간은 100% 동물이다.
우리의 의식적인, 무의식적인 행동들을 인간의 생존 본능에 기반한 행동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꽤나 도덕적이거나 사회적인 관념에서 벗어난, 인간을 하나의 동물로 인정하고 본능을 가진 하나의 동물로서 해석을 했다.
인간의 이성을 걷어낸 부분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꽤나 민망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공감이 된다.
또한 이런 과정들을 실제 실험 사례와 연구사례를 예시로 들며 설명하면서 근거를 갖추었다.
3. 다윈과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행복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이 나온다.
어떠한 사물이든 이유와 목적을 갖고 존재하며 그 목적을 추구해 나가야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존재로 해석한다.
철학자답게 철학적인 관점이다.
다윈은 우리가 흔히 들어본 진화론에 입각하여 인간을 해석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모든' 특성은 행복이 아닌 생존과 번식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다.
즉, 사람의 궁극적인 목적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지 않게 결국 생존과 번식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생존과 번식이 아닌, 자신만의 가치나 신념을 지키다 죽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창의성이나 도덕성 같은 노력의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느끼기에 조금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상당 부분은 짝짓기를 위함이다.
인간의 예술, 창의성, 도덕적 행동을 공작새의 꼬리와 같이 비유했다.
궁극적인 목적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함이라고.
위에 열거한 것들 자체가 생존의 필수품은 아니지만,
공작새의 꼬리는 자신이 다른 수컷보다 우월하다는 표현이고, 이 표현은 암컷 공작새에게 꽤나 어필이 된다.
다시 사람으로 치자면, 예술, 위트와 같은 것 자체가 생존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그 사람의 마음, 생각의 수준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공작의 꼬리이다. 자신이 건강하고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존재임을 과시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책을 읽고 생존과 번식과는 거리가 있는 인간의 감정들을 떠올려 보았다. 명예, 긍지 등등.. 이러한 것들이 가지는 의미가 결국 생존과 번식이란 말인가?! 자기만족이라는 말은 결국 생존과 번식을 위해 하는 행동을 마치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기에 그런 본능적인 감정과는 별개로 이런 공작새의 날개를 가지고 있어'라는 말을 포장하기 위함인가!! 정의롭게 느껴지던 단어들을 한 꺼풀 까보니 무척 본능적인 느낌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살아있는 생명에게 생존과 번식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며 그만큼 본능적이지만 위대한 것이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복잡한 세상의 모든 일들을 단지 생존과 번식이라는 관점에 끼워볼 수만은 없겠지. 아니 설사 그럴 수 있다 해도 아직 나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도 있다.
그래서 아무튼, 예술, 도덕적 행동 등 모든 특성이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것이라면, 행복 또한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며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4. 동전탐지기로 찾는 행복
결국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방금 한 그 행동이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호모사피엔스가 사냥을 하고 짝짓기를 한 이유는, 의식적인 종족 번식과 생존을 위했던 노력이 아닌, 고기를 씹으며 느끼는 행복감, 이성과 살이 닿으며 느끼는 쾌감 때문이다. 지극히 동물적인 관점이자, 인간적인 관점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껴야만 했던 것이다."
어쩌면, 진화 초기에는 생존과 관계없는 것들에서 쾌감을 느끼는 인류도 존재했겠지, 다만 그 쾌감을 주는 행동이 생존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자연 도태되었겠다.
하지만 우리는 생존이라는 원래 목적보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신호(행복)에 더 관심을 가지고 산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확실한 생존의 신호는 무엇일까?
결국 사람이다.라고 이 책에 소개된다.
5. 결국은 사람이다.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강렬한 고통과 기쁨은 모두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결국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사회적인 관계를 맺을 때 쾌감을 느끼게 되어있다.
살아갈수록 사람에게는 결국 사람이라는 말이 진심으로 와닿는다.
여행했을 당시에도 돌이켜보면 좋은 장소를 만들었던 것은, 장소가 주는 감동보다는 그곳에서 그때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좋았고, 나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내 세상이 확장되어가는 느낌이 그렇게 좋았다. 그렇게 기억에 남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항상 누군가와 함께였던걸 보면 역시 사람이다.
반대로 가장 빠르게 불행해졌던 경우는 주변 사람들을 미워했을 때였다. 취준생 당시 내가 불행했던 이유는 불안함이 주는 직접적인 감정보다 그로 인해 예민해진 내가 사소한 것에도 가족들과 싸웠고 미워했기 때문이었다.
요즘 다시 느끼는 것은, 연대의 즐거움이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건 정말 즐겁다. 게을러지지 않게 해주고, 같은 행동에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해준다. 역시 사람만큼 삶을 다채롭게 하는 것도 없다.
6.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
아이스크림은 빨리 먹지 않으면 녹아 사라진다. 또한 아무리 맛있더라도 먹다 보면 질리게 되어있다. 즉 행복은 경험이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아무리 자극이 강한 사건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책에서는 아무리 좋은 일들도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약 3개월이라고 한다. 우리가 ' ~만 되면 행복해질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라는 말이다.
이 장에 마음에 와닿는 말들이 많이 있었다.
행복한 사람은 '시시한'즐거움을 여러 모양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이다.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인생의 좋은 것들을 많이 (특히 돈을) 소유하는 것이 행복의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복은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더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소유는 불행을 감소시키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행복의 증가와는 거리가 멀다.
근데 친구가 카톡으로 이런 말을 한다. 연봉 8000만원부터는 돈과 행복의 관계가 거의 없대. 그 말은 8000까지는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말이다... ㅎㅎ 소유를 통해 불편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틈틈이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유는 내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 행복과는 별개이다. 행복하기 위해 돈을 벌지 말고, 불편해지지 않기 위해 돈을 벌자. 행복은 내가 행복감을 느끼는 경험들을 파악하고 이를 일상에서 행하며 느끼자.
9.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 (필요 이상의 가정과 개념을 덜어내고 행복을 보기)
가치 있는 삶이 행복한 삶이 아니다. 내가 어느 쪽에 더 기울어있는가에 따라 가치 있는 삶을 위한 명분으로 행복을 양보하게 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한다. 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하지만 그게 나의 만들어진 모습이 아닌, 나 자체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자체의 모습은, 내가 행복한 모습이다.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첫 번째이다. 그 모습이 물론 사회적 도덕적인 범주 안에서. 그게 없이는 남들의 인정은 진짜 나를 향한 것이 아니다.
-
추상적이고 철학적으로만 다가갔던 행복을 현실적이고 경험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한 번의 커다란 사건보다는, 소소한 즐거움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행복.
행복은 거창하고 철학적인 삶의 목표가 아니라, 단순히 삶의 지속성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행복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
'일상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0) | 2021.09.22 |
---|---|
[알고리즘] Hello Coding 그림으로 개념을 이해하는 알고리즘 (1) | 2020.08.10 |